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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행사 (스토리, 배우, 결론)

by bigmoney11 2025.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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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대행사는 2023년 방영된 오피스 드라마로, 거대한 광고 대행사라는 전쟁터에서 여성 임원이 정상까지 치고 올라가는 과정을 밀도 높게 그려낸 작품이다. 화려한 카피와 CF 비하인드의 반짝임보다, 아이디어가 숫자와 권력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의 냉혹함을 집요하게 비춘다. 특히 회의실·프레젠테이션·계약실무·위기관리(PR) 등 실제 업계의 리얼리티를 살린 구성과, 한 사람의 커리어가 조직 정치와 전략, 동료와 후배, 오너 리스크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하는지를 디테일하게 포착한 점이 강점이다. 이보영을 필두로 전혜진, 조성하, 손나은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더해지며, “일 잘하는 법”과 “버티는 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JTBC

스토리: 광고판의 전쟁터, 정상까지의 끝없는 질주

  주인공 고아인(이보영)은 스펙, 배경, 학연 없이 오로지 실력만으로 대형 광고대행사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정점에 올라선 인물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예산과 매체, 타깃 인사이트 위에 정교하게 조립해 성과로 증명하는 전략형 크리에이터다. 드라마는 굵직한 캠페인 브리프가 떨어지는 순간부터 리서치, 콘셉트 라인 도출, 무드보드·스토리보드 작성, 파일럿 테스트, 클라이언트 피드백 반영, 제작·집행·사후분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촘촘하게 따라가며 “광고는 말이 아닌 숫자로 평가된다”는 업계의 냉정함을 체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광고는 아이디어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기업 오너의 취향과 의중, 경쟁 대행사의 견제, 내부 KPI와 예산 배분, 인사 라인의 미세한 역학까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아인은 고객사의 눈높이를 정확히 읽어 ‘매출이 되는 크리에이티브’를 내놓지만, 동시에 사내 정치의 파도와 맞서야 한다. 전략본부장 최창수(조성하)는 권력과 실리를 최우선으로 삼는 현실주의자로, 때로는 아인의 추진력에 제동을 걸고 때로는 이를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려 든다. 이 관계성은 ‘성과와 공적의 귀속’이라는 직장인의 근본 문제를 날카롭게 건드린다.

  여기에 그룹 오너 일가의 며느리이자 홍보팀장 강한나(손나은)가 합류하며 판이 더 복잡해진다. 한나는 초반엔 특권의식이 짙은 신참 관리자로 비치지만, 위기 국면마다 실무를 배우고 데이터를 중시하며 점차 성장한다. 아인과 한나는 대립의 골을 넘어서면서 서로의 결핍을 보완하는 동반자로 서서히 자리 잡는다. 같은 편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은 오너 리스크로 인한 레퓨테이션 크라이시스, 경쟁사 네거티브 공세, 내부 문건 유출 의혹 등 고난도의 PR 사안을 “팩트·타이밍·톤앤매너”라는 세 축으로 정리해 돌파한다.

또 다른 축은 아인의 라이벌이자 현실적 동료인 조은정(전혜진)이다. 그는 조직 내에서 생존하는 문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실주의자’로, 때로는 아인을 견제하지만 조직 전체 성과를 위해 손을 잡기도 한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여성 리더십의 서로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한편, 각 본부의 파트장들과 카피라이터·아트디렉터·AE(광고기획자)들은 데드라인과 야근, 제작비와 퀄리티 사이의 줄타기, 고객의 감정과 데이터 사이의 균형 같은 실제 업무 딜레마를 생생히 체감하게 만든다.

서사는 “좋은 광고란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묻는다. 감성 카피와 장인정신으로 포장된 미학을 넘어, 타깃의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 메시지, 매체 믹스의 효율, 크리에이티브의 차별성, 브랜드 세이프티, ESG 관점의 리스크 관리까지 수치로 증명되어야 진짜라는 것. 그래서 대행사의 클라이맥스는 종종 프레젠테이션 룸에서 벌어진다. 경쟁 PT에서 아인은 데이터와 내러티브, 브랜드 자산과 비즈니스 목표를 단일한 ‘이야기’로 엮어내며, 클라이언트의 ‘왜’를 충족시키는 설득의 합을 만들어낸다. 승리는 화려하지만, 승리 이후 더 큰 파도가 온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잊지 않는다. 계약을 따낸 뒤에는 곧장 일정·제작·규제·민원·이슈 대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부의 갈등은 조직의 권력 재편과 직결된다. 오너 리스크로 흔들리는 그룹 이미지, 내부 문건 유출과 갑질 의혹, 라이벌의 내부 공작 등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터진다. 아인은 원칙을 지키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조직에 필요한 리더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는 사람”임을 입증하며 최정상에 선다.

배우: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은 탄탄한 연기력

  이보영은 고아인의 날 선 카리스마와 감정의 균열을 정교하게 조율한다. PT 현장에서의 호흡, 손짓, 눈 맞춤, 슬라이드 넘김의 템포까지 ‘설득의 기술’을 몸으로 보여준다. 승부를 걸 때의 저음, 팀을 지킬 때의 단호함, 홀로 남았을 때의 고독이 명확한 대비를 이루며 입체감을 만든다. “일 잘하는 사람의 말투와 리듬”을 정확히 구현한 점이 현실감을 폭발시킨다.

전혜진의 조은정은 냉정한 현실주의자의 표본이다. 공과 사를 분리해 일의 효율을 극대화하려 하지만, 팀원들의 사정을 모른 척하지도 못하는 균형감이 있다. 때로는 경쟁자로서, 때로는 같은 여성 리더로서 아인과 나누는 시선 교환과 말 없는 합의가 씬의 밀도를 끌어올린다.

  조성하는 최창수를 통해 권력의 언어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실리와 명분 사이를 오가며 때로는 냉혹하지만, 조직이 굴러가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타입의 상사로 등장한다. 그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각 장면의 압력을 높여 아인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든다.

손나은은 강한나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 초반의 미숙함은 스스로 인정하고, 데이터를 공부하며, 위기 때마다 대언론 메시지의 톤과 타이밍을 개선한다. 특권을 내려놓고 실력으로 인정받으려는 변화의 서사는 아인의 리더십과 만나 선순환을 만든다.

이외에도 기획·제작·미디어·법무·홍보 등 각 파트의 조연들이 살아 움직인다. 촬영과 편집은 공간의 기능을 분명히 나눠준다. 아이디어가 태어나는 회의실은 따뜻한 톤으로, 긴장감 도는 PT룸은 냉백색의 칼 같은 조명으로, 야전 같은 제작 현장은 핸드헬드와 거친 질감으로 설계되어 배우들의 에너지와 일의 공기가 자연스레 전달된다. 효과음·타건음·프린터 로딩·프로젝터 팬 소리 같은 사운드 디자인은 데드라인의 압박을 체감하게 하는 훌륭한 장치다.

결론: 여성 리더십과 현실 직장인의 성장 드라마

  대행사는 누군가의 승리를 위한 ‘영웅담’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스스로의 원칙을 세우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결정을 내리며, 책임을 지는가에 있다. 특히 여성 리더가 최고 의사결정권에 접근하기까지 겪는 검증과 편견, 이중 규범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센 말”보다 “정확한 말”, “감정의 폭발”보다 “근거 있는 설득”이 실제 변화를 만든다는 메시지는 현실적이고 유효하다.  광고업을 다룬 장르적 재미도 충분하다. 브리프를 해석해 소비자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메시지와 매체 계획을 정합적으로 엮어 성과로 연결하는 선형 흐름을 반복 학습하게 만든다. 보는 동안 시청자는 ‘왜 이 카피가 이 매체에, 이 타이밍에 나가야 하는가’를 이해하게 되고, 기업의 평판 리스크가 퍼블릭 이슈로 번질 때 어떻게 프레이밍 싸움이 전개되는지,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TPO(시간·장소·상황)의 민감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한다.

  결국 대행사가 남기는 것은 ‘정상에 선 한 사람’의 영광이 아니라, ‘정상을 만들어내는 방법론’이다. 실력이 운을 부르고, 데이터가 감동을 완성하며, 원칙이 사람을 모은다. 그리고 리더십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드러난다. 고아인의 서사는 그래서 통쾌하면서도 교육적이다. 오늘의 회의실로 돌아가 다시 PPT를 켜야 하는 우리에게, “일은 전략이고, 전략은 선택이며, 선택은 책임이다”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문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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